대한적십자사와 당신의 이야기
Red Cross
& You

은지의 5.27㎡ 방

사랑 번지다

돌봄 없이 혼자 사는 노인

74만명

*장기요양보험 등 돌봄서비스 이용자 제외

할머니 집에 반찬을 두고 돌아가는 길,
나도 모르게 자꾸 땅을 보며 걸었습니다.

천천히 걸어오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숨이 턱 막혔습니다. 마치 땅바닥에 입을 맞추듯 허리를 숙인 할머니는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할머니는 그림자가 짧고 희미한 이른 아침에 폐휴지를 주우러 나갔다가, 어둠에 묻혀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때가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시간을 느끼는 그분만의 방법이겠지요.
그날은 빗길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일찍 집에 돌아오신 날이었습니다. 병원에 안 가셔도 괜찮으신지 묻는 제게 할머니는 나직이 말씀하셨습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방을 나서려는데 할머니께서 제 손을 꼭 잡아 주셨습니다.
오래된 나무껍질 같은 그 손에서 전해 오는 온기를 느끼며 저는 그날 밤 많이 울었습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그 방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온도, 바로 저희 어머니의 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원 서금옥씨

아동결핍지수

54.8% OECD 최하위

*UN 아동결핍지수=숫자가 클수록 결핍 정도가 심함

온기 없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진호는
간장 하나로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때 진수는 초등학교 3학년, 진호는 1학년이었습니다. 먼 친척 고모 집 근처에 월세로 얻은 방 한 칸에 두 형제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집을 나가셨고 병마에 시달리던 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어린 형제만 남겨두고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아저씨, 우리 밥 잘해요.”
“누가 가르쳐줬어?”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가르쳐줬어요. 냄비에 쌀을 넣고 물을 손등 반까지 부은 후 불을 붙이면 밥이 돼요.”
‘죽음을 예감한 아버지의 마음엔 두고 갈 아들들 걱정이 가득했겠구나.’ 아이들의 밥 짓는 손을 보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후, 진수·진호 형제의 앞날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 방송국, 동사무소, 시청 등을 열심히 뛰어 다녔습니다. 10여 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훌쩍 자란 두 청년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봉사로 얻은 저의 두 번째 삶은 지루하지도, 결코 허무하지도 않았습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원 이서락씨

북한이탈주민

2만8795명

*2015년 기준, 통일부 발간 통일백서2016

우리는 메주로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새터민이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알게 된 우리는 자주 만났습니다. 그녀의 새로운 삶의 터전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얼마나 쫓겨다녔던 걸까요. 그녀는 제게 쉬이 곁을 주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그녀가 ‘된장을 담겠다’며 메주를 사러 시장에 간다고 나섰습니다. “이북에서 된장 담가 봤어요?”라고 물으니 “담가 봤수다”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나한테 메주 있는데, 그걸로 된장 담가 볼래요?” 하니 “담가 보겠수다” 합니다. 우리는 그 메주로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자유를 찾아 남한으로 넘어온 새터민들은 자신을 잘 드러내지도 못하고 음지에 머물면서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그녀는 명절 때만 되면 ‘고향과 부모님이 생각나 잠이 안 온다’며 밤새 나한테 문자를 보내 옵니다.
부모, 형제, 남편, 자식을 다 떼어놓고 온 그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 달 밝은 밤이면 달과 얘기한다고 합니다. ‘이북에서도 부모와 형제들이 저 보름달을 보고 있지 않겠느냐’며, ‘자유를 찾아 왔으니 자신을 용서해 달라’고 달에게 빌고 또 빈다는 그녀는 내가 가슴으로 낳은 딸입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원 김기숙씨

전세계 무력분쟁 사망자 수

2008년 5만6000명

2015년 16만7000명

*국제전략연구소(IISS)

여덟 살 난 무함마드가 우리 차를
쫓아 한참을 뛰었습니다

연신 조그마한 손을 흔들어 작별을 고하는 아이의 모습이 사라질 때쯤, 그제야 이라크에서의 진료가 끝났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바그다드에 도착했던 그날, 눈앞의 도시는 온통 흙빛이었습니다. 요르단에서 육로로 13시간을 쉼 없이 달려 도착한 바그다드. 온 도시에 모래를 뿌려놓은 듯, 건물도 사원도 모두 흙빛이었습니다. 도시를 관통하는 한강만큼이나 넓은 티그리스강도, 곳곳에 서 있는 미군들의 복장과 탱크도 누런 흙빛이었죠. 바그다드는 마치 거대한 고분처럼 보였습니다.
선발대로 먼저 도착한 직원이 말했습니다. “국제 지원에선 베푸는 쪽이 약자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적십자는 한 나라의 봉사단체일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구호 조직이라는 점을 실감했습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노하우와 이를 뒷받침할 조직이 있다는 것, 무법천지나 다름없던 이라크에서 적신월사(이슬람 국가에서의 적십자 활동 단체)는 존재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됐습니다. 이라크 긴급 의료단 변성환씨

그늘 여전히 넓다

2017년 보건복지·고용 예산은 130조원에 육박합니다.

  • 61.4조원
    2007년
  • 80.4조원
    2009년
  • 86.4조원
    2011년
  • 97.4조원
    2013년
  • 115.6조원
    2015년
  • 129.5조원
    2017년

그럼에도 그늘은 여전히 넓습니다.

  • 어른들의 학대로 고통 받는 어린이
    11,715
  • 마음도, 배도 고픈 복지 사각지대 빈곤아동
    910,000
  • 치료가 필요한데도 병원에 못 가는 이웃
    1,020,000
  •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 10만명당
    58.6
  • 학교 밖에 방치된 다문화 가정 청소년
    20,000
  • 출생 몸무게 2.5kg 이하 저체중 신생아 100명 중
    5.5

희망 112년을 달리다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부터 이런 이웃들과 함께 ‘희망 나누기’ 첫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기부 머뭇거리다

2011년 이후 내리막길에 들어선 국내 기부 참여율.
15세 이후 한 번이라도 기부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국민은 3명 중 1명(29.8%)뿐. 영국(67%), 캐나다(82%)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입니다. “당신은 지난달 기부에 참여했나요?” 물어 보니, 한국인 33%만 “네”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인의 기부참여율

  • 31.6%
  • 32.3%
  • 36.0%
  • 34.5%
  • 29.8%
  • 2006
  • 2009
  • 2011
  • 2013
  • 2015
자료:나눔실태2015(보건복지부), 국세청

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0.87%, 미국(2%), 뉴질랜드(1.2%)보다 낮습니다.

  • 미국 2%
  • 뉴질랜드 1.2%
  • 한국 0.87%

나눔은 우리를 ‘진정한 부자’로 만듭니다.
나눔으로써 내가 누구인지,
우리는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