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 없이 혼자 사는 노인
74만명
*장기요양보험 등 돌봄서비스 이용자 제외
할머니 집에 반찬을 두고 돌아가는 길,
나도 모르게 자꾸 땅을 보며 걸었습니다.
천천히 걸어오는 누군가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순간 숨이 턱 막혔습니다. 마치 땅바닥에 입을 맞추듯 허리를 숙인 할머니는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할머니는 그림자가 짧고 희미한 이른 아침에 폐휴지를 주우러 나갔다가, 어둠에 묻혀 그림자가 보이지 않을 때가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시간을 느끼는 그분만의 방법이겠지요.
그날은 빗길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일찍 집에 돌아오신 날이었습니다. 병원에 안 가셔도 괜찮으신지 묻는 제게 할머니는 나직이 말씀하셨습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방을 나서려는데 할머니께서 제 손을 꼭 잡아 주셨습니다.
오래된 나무껍질 같은 그 손에서 전해 오는 온기를 느끼며 저는 그날 밤 많이 울었습니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그 방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온도, 바로 저희 어머니의 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대한적십자사 봉사원 서금옥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