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3

즐거운 TECHNOLOGY

게임 속 기술
미래를 담다

2016년 7월 출시 후 전세계 7억 명 이상이 즐긴 모바일게임 ‘포켓몬 고(Go)’. 미국 게임개발사 나이언틱랩의 기술과 닌텐도의 IP(지식재산권) 포켓몬스터가 결합한 이 게임은 수년간 허공에 맴돌기만 하던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단숨에 현실 속에 구현해냈다.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같은 기술도 게임을 기술 진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게임의 진화 속에 기술과 삶의 미래가 담겨 있다.

“오락실에서 스마트폰으로,
‘갤라가’부터‘리니지M’까지

1990년대초. 100원짜리 동전 몇 개를 들고 들어간 오락실엔 대략 10대 남짓의 오락기가 놓여있었고 <1942>, <버블버블>, <테트리스>, <스트리트>이터>와 같은 인기 게임기 앞엔 동전을 쌓아두고 순서를 기다리는 동네 친구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정신 없이 오락을 하다 학원을 못 가고, 허겁지겁 집에 돌아와서야 실내화 주머니와 도시락을 오락실에 두고 온 걸 알았다. 변화도 있었다. PC 보급이 늘면서 코에이(Koei)사의 게임 <삼국지& gt; 시리즈,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출시한 <NBA Live>, <FIFA>와 같은 PC용 게임이 연이어 히트했다. 집집마다 PC를 들여 놓으면서 우리집 거실, 내방이 오락실이 됐다.

오락실 대표게임
1980년 - 갤라가
1984년 - 테트리스
1986년 - 보글보글
1991년 - 스트리트파이터
1998년 - DDR

<갤라가> 의 음악소리는 오락실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이 됐다. 전자오락실 게임기는 PC보다 상대적으로 뛰어난 그래픽과 큰 화면, 조이스틱을 통한 편리한 조작성을 바탕으로 <원더보이>, <파이널파이트>가 인기를 끌었다. 또 국민 게임 수준으로 대중적이었던 <버블버블>과 <테트리스>는 여학생들도 오락실 의자로 불러모았다. 특히 <테트리스>는 1억 5000만장 가까이 판매돼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게임으로 기록됐다. 모바일에서도 <테트리스> 다운로드는 4억 건이 넘는다.

PC방 대표게임
1998년 - 스타크래프트
1998년 - 리니지
1999년 - 포트리스
2003년 - 리니지2
2004년 - 카트라이더
2004년   월드 오브 워 크래프트
2008년 - 아이온
2009년 - 리그 오브 레전드(LoL)
2012년 - 블레이드&소울
2016년 - 오버워치
스마트폰 대표게임
2009년 - 앵그리버드
2010년 - 프로야구2010
2012년 - 애니팡
2014년 - 서너머즈워
2015년 - 레이븐
2016년 - 리니지2 레볼루션
2017년 - 리니지M

1998년 3월,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내놓은 <스타크래프트>는 여럿이 함께 게임하는 재미를 퍼뜨렸다. 한국의 ‘PC방 문화’도 이때부터다. PC방과 게임은 프로게이머라는 새로운 직업군도 만들어냈을 뿐 아니라 게임을 대중 스포츠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반면, 아케이드 게임은 하향세에 접어든다. 버추어 파이터나 철권, 발판을 입력장치로 활용해 전국적으로 ‘춤’인기를 끌었던 <댄스 댄스 레볼루션>(DDR)이 마지막이었다. 대신 가정용 게임시장은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닌텐도 위(Wii) 등 동작인식 기술에 화려한 그래픽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게임이 출시되면서 가정용 콘솔 게임의 명맥을 이었다.

2000년대 는 인터넷의 발달로 게임을 즐기는 재미가 한층 더해졌다. 언제 어디서든 가상 세계에서 만난 사람들과 게임을 즐겼다. 넥슨 <바람의 나라>, NCSOFT <리니지>, 블리자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등 MMORPG(대규모 다중접속 온라인 역할수행 게임)라는 새로운 PC 게임이 대거 쏟아졌다. 2000년대 후반 스마트폰 등장 이후엔 모바일 게임 수요는 더 확대됐다. 인터넷게임이 ‘하는 사람들만 하는 놀이’에서 ‘누구나 즐기는 놀이’가 된 것. 지하철에서 50~60대 여성들이 <애니팡> 같은 간단한 게임에 심취한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게 됐다.

최근 게임업계에선 조이스틱, 키보드, 마우스에 이어 손가락으로 즐기는 모바일 게임이 대세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하는 게임’은 모바일 게임(88.7%)이었다. 온라인 게임(56.6%)과 PC용 패키지 게임(23%)을 압도했다. 2017년 게임 업계 최대 기대작은 NCSOFT가 2년을 공들여 선보인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이다. 사전 예약만 550만 명이 넘을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리니지M>은 6월 21이 출시 후 이틀 만에 안드로이드∙iOS 양대 오픈마켓의 최고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출시 당일 7시간 만에 최고 매출 및 인기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술을 품어 게임을 낳다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 이후 AI의 위력을 실감한 인류. AI는 이제 현실이다. 거의 모든산업들이 AI가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은 AI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같은 미래 기술을 가장 빠르게 흡수하는 프론티어다. NCSOFT는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AI 연구조직을 두고 있다.

interview

똑똑하게
져주는
게임AI가 목표

2014년 11월, 서울 강남에서 열린 NCSOFT 기자간담회. NCSOFT의 모바일 전략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 끝에, 김택진 대표가 말했다. “저희는 한눈을 판 적이 없습니다. 개발 하나로 ‘폼생폼사’하는 회사였고, 지금도 수많은 도전을 하고 있죠. 저희가 제일 잘하는 건 과감한 도전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는 몇 년 전부터 AI에 집중했습니다. AI 기반으로 어떤 게임이 가능할 지 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발표에 장내가 술렁였다. ‘NCSOFT AI랩’의 존재가 처음 공식화 된 순간이었다. 2011년 소규모 랩(Lab)으로 출발한 NCSOFT의 AI 연구조직은 현재 연구원 50여 명 규모의 AI센터로 커졌다. 초창기부터 센터를 이끌어 온 이재준 박사를 innovationLab이 만났다. 카이스트(KAIST)에서 인공지능을 공부한 그는 이미지인식 기업 인지소프트를 창업했고, 이후 SK텔레콤을 거쳐 2011년 NCSOFT에 합류했다.


A. 2000년대 SK텔레콤의 지능형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개발할 때 상사였던 윤송이 NCSOFT 사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AI 연구를 해보자, AI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고.


A. 나는 AI를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 도구(AI)로 어떤 문제를 풀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AI를 만들까’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게 먼저다. 그때부터 국내 최고의 AI 연구자들을 찾아서 우리 랩에 합류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내가 학교(카이스트) 다니던 20여 년 전보다 국내 AI 연구자 풀이 확 줄어서 사람 찾기가 쉽지 않았다.


A. AI로 게임회사에서 뭘 할 수 있을지를 찾는 게 내 첫 번째 일이었다. ‘게임 AI’라고 하면 다들 NPC((Non Player Character·게임 내에서 사람이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만 떠올린다. 내부 직원들도 그런 반응이었다. 그만큼 우리가 상대적으로 일찍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에서 이기기 전까지만 해도 ‘NCSOFT가, 게임회사가 왜 AI를 하겠다고 하느냐’며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다. AI 연구자 채용 면접 때도 우리가 면접자에게 그런 점을 설득해야 했을 정도였다.


A. 연구환경이다. NCSOFT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많고 개발자를 우대하는 회사다. 보통 기업 R&D에서 힘든 게 윗사람 설득하는 일이다. 특히 국내외 기업들이 아직 시작하지도 않은 분야에서 R&D를 하려면 윗사람을 설득하기가 더 어렵다. 그런데 우린 대표가 기술의 미래에 대해 많이 공부하고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린 연구만 잘하면 된다. 이런 환경에서 내 역할은 대학원 같은 연구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대학원은 한 명의 천재가 이끌지 않는다. 다같이 공부하고 토론하면서 탐구해야 연구가 잘 된다. 수평적인 토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우린 AI를 적용하기에 가장 좋은 도메인(영역)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 아닌가.


A. 게임이라는 세상을 분석하고 우리의 AI 연구결과를 적용했을 때 그 개선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게임에는 엄청난 데이터가 있다. 그걸 분석해서 게임을 더 재밌게, 더 잘 되게 고치는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A. 여러 시도를 했다. 대표적인 건 게임 <블레이드&소울>의 ‘무한의 탑’ AI다. 2012년 출시된 <블레이드&소울>이 2016년 1월 새로 공개한 콘텐츠인 ‘무한의 탑’에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반의 AI가 적용됐다. 100층짜리 전투장에서 사람처럼 게임을 하는 AI들이 층마다 배치돼 있는데, 각 게임 유저의 실력에 맞게 AI가 자신의 실력을 조절해 1:1로 싸우도록 만들었다. 최소 수십만 번 이상 플레이를 반복적으로 훈련 받은 AI들은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일정한 공격 패턴이 없다. 그야말로 상대에 맞게 싸워주는 AI였다. 곧 출시할 게임 에는 게임 유저와 가장 비슷한 실력의 유저들과 싸울 수 있게 연결해주는 AI 기술도 게임들에 적용됐다.


A. 이런 게임 AI들의 목표는 게임 유저를 이기는 게 아니다. AI가 유저들과 재밌게 잘 놀아 주고 또 잘 져 주는 일을 하는 AI가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이기거나 지는 게임은 재미가 없다. 비유를 하자면 ‘접대골프’를 할 수 있는 AI를 만드는 게 우리의 목표다.


A. 그렇다. 게임은 사람들이 즐기려고, 이겨보려고 하는 엔터테인먼트다. 알파고처럼 압도적으로 너무 잘 두는 상대와의 게임은 재미가 없다. 아슬아슬하게 져주는, 티 안 나게 져주는 AI가 즐거운 게임 상대다. 흔히 말하는 ‘접대골프’도 골프를 굉장히 잘 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실력이 뛰어나면서 판세를 읽고 상대방의 장단점을 파악해서 상대방이 가장 쾌감을 느낄 만한 지점에서 져줘야 한다(웃음). 일부러 져주는 것처럼 보이면 상대가 오히려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게임 AI를 만들려고 한다. 구글 알파고도 아직은 상대를 이기려고만 하지, 어디서 힘을 빼야 하는지에 대한 컨트롤은 잘 안 된다.


A. 우리가 잘하고 잘 아는 분야가 게임이기에, 게임을 주목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게임만 보고 있지는 않다. 게임 이외 분야도 보고 있다. 우리는 ‘AI’라는 기술을 바라보고 가는 것이다. AI라는 기술을 통해 세상의 혁신을 이끌고 싶다. 게임AI도 연구하지만, 자연어처리기술, 스피치, 지식처리, 비전 등 다양한 AI 분야를 들여다보고 있다. 게임 이외에도 세상이 더 편리해질 수 있는 뭔가를 해보려고 한다. 그런 게 눈에 보이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A. 우리의 AI는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AI다. NCSOFT가 드론이나 웹툰 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즐거움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듯, 우리가 게임이 아닌 분야에서 하는 AI도 즐거움에 포커싱을 두고 있다. AR(증강현실)·VR(가상현실)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게임 기술이 꾸준히 발전해 왔다는 건 끊임없이 즐거움을 위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즐거움은 원초적인 본능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를 위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도하는 사람들이다.


A. AI는 답이 없는 문제를 푸는 기술이다. 나는 그게 재밌다. 살다 보면 ‘아 이런 걸 누가 해주면 좋겠다’하는 니즈(needs)를 느낄 때가 있다. 나는 그럴 때마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고, 문제를 해결해보고, 효과를 확인하는 과정이 즐겁다.


A. NCSOFT는 나한테 테마파크다. 나는 테마파크 직원인 동시에 고객이다. 처음엔 회사에서 대낮에 게임을 한다는 게 문화적 충격이었다. 일반 직장생활 했던 사람으로선 낯설 수밖에. 그런데 그렇게 게임하면서 게임을 이해하고, 개발한 게임AI에 대해 고객들의 피드백을 느끼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또 NCSOFT 와서 다시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A. 오래 전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가졌던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꿈을 좇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꿈이 실현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인공지능이 아닌데, AI센터 사람들은 계속 아직 잡히지 않은 꿈을 찾아가고 있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자연어처리나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도 예전엔 그냥 AI라고 불렸지만 이제는 AI가 아니라, 자기 이름을 가진 별개의 기술이 됐다. 우리는 아직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AI라는 꿈을 좇는 사람들이다.

게임 속으로 들어간 VR·AR

VR은 게임 산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흡수한 기술이다. VR 콘텐츠 개발자용으로 2014년 VR 헤드셋 ’오큘러스 리프트 DK2’가 출시되자 게임업계에선 앞다퉈 구입해 VR HMD(Virtual Reality Head Mounted Display)를 체험했다. 이어 수많은 게임 개발사들이 VR 게임 제작에 뛰어 들었다. NCSOFT가 2017년 3월 시연 버전으로 공개한 VR게임 <블레이드&소울 테이블 아레나>도 VR의 미래를 염두에 둔 시도다. NCSOFT의 온라인게임 <블레이드&소울> IP를 활용했다. 게임 유저가 VR 헤드셋과 VR 컨트롤러를 손에 쥐고 <블레이드&소울> 캐릭터들을 전장에 소환하고 전쟁터에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가상체험이 가능하다. PC방 같은 VR방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다양한 VR기기를 써보고 VR게임 같은 콘텐츠를 즐기는 공간이다. 글로벌 히트 게임 <포켓몬 고(Go)>는 AR 게임의 잠재력을 입증했다. 전세계 7억 5000만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포켓몬고 열풍은 국내 IT·게임업계에도 신선한 자극이 됐다. 이렇다할 VR·AR 콘텐츠가 없던 국내에선 경쟁력있는 IP(포켓몬스터)와 신기술(AR)의 결합이 가져온 폭발력을 제대로 체감했다.

interview

인텔·삼성도 게임회사가 키웠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NCSOFT 게임보안을 책임졌던 김휘강 교수. 그는 온라인 게임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 게임 회사의 각종 보안 이슈에 대응했다. 중국 해커들을 막기 위해 NCSOFT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리니지에 적용된 ‘린OTP(Lineage One Time Password)’는 최초의 모바일 OTP였다. 모바일 기기로 일회용 비밀번호를 받아 리니지 계정에 로그인하는 기술은 금융권보다도 앞서 OTP를 모바일 서비스에 적용한 사례이기도 하다. 인터넷 산업계의 다양한 디지털 보안 문제를 연구하는 김 교수를 만났다. 그는 “게임은 사람을 이해하기 좋은 또 하나의 현실”이라면서 “게임의 사회적 역할과 순기능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원래 보안 컨설팅 회사(에이쓰리시큐리티)를 창업해 일하다가 2004년 NCSOFT에 합류했다. 입사 면접 당시 회사에선 ‘보안과 관련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말 외엔 아무 얘기도 안 해주더라. 입사하고 보니 내가 보안팀장 겸 첫 팀원이었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내가 “아이가 5살 되기 전에 아빠가 아이랑 지내는 시간이 다섯 달은 돼야 하지 않겠냐”고 하더라. 거의 회사에 살다 시피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도 집에 잘 못 들어가고 있다(웃음).


A. 게임 봇(Bot)과 작업장 탐지, 게임 서버단의 보안이다. 내가 NCSOFT에 합류할 당시 중국에서의 해킹 시도가 골칫거리였다. 당시 중국의 게임서버 제작 기술이 한국에 못 미치니 우리 소스코드를 훔쳐가려고 중국 해커들이 많은 시도를 했다. 침입 시도도 교묘해 지더라. NCSOFT의 내부망에 어떻게든 침입하기 위해 직원들이 읽고 싶게 만드는 제목의 이메일에 악성코드를 첨부해 인사·재무·회계팀 일원에 슬쩍 보내기도 했다. IT부서에 비해 보안이 조금 취약한 부서들을 공략하는 수법이었다.


A. 해킹 패턴이 계속 바뀌었다. 초반에는 해커들이 주로 데이터센터의 게임 서버를 공격했다. 그러자 공격이 계속 차단 당하고 별다른 소득이 없자, 나중엔 그들의 관심이 수익을 곧장 실현할 수 있는 ‘게임 계정 도용’으로 옮겨 갔다. 2004년부터 3년간 중국발 해킹을 분석했더니 당시 유포된 악성코드 상위 20개 중 13개가 게임 패스워드 탈취였다. NCSOFT가 세계 최초로 휴대폰에서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는 린OTP(One Time Password)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게 요즘 금융 거래 시 많이 사용되는 OTP가 대규모로 적용된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다.


A. 사이버 보안위협 이슈는 개인이나 조직을 떠나 국가 간 문제, 특히 정치적 이슈가 될 수 있다.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만 봐도 그렇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이란 등에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사설 해커부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물론 아무도 공식적으론 인정하진 않는다. 하지만 해커들의 고유한 공격 패턴을 분석해 보면 특정 국가가 직접 관련된 해킹 그룹이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사람마다 고유한 문체와 어조가 있으니 글을 읽다보면 누가 썼는지 가늠할 수 있듯이, 국가별로도 해커 그룹마다 자신들의 고유한 악성코드와 수법을 사용한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의 일부 보안 회사들이 중국 상해 푸동의 한 건물에서 정부 기관망을 골라 해킹을 시도하는 APT1이라는 해킹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다만 과거에는 명성을 노린 사이버 테러가 많았다. 때문에 과거엔 단순히 회사를 망신주거나 해킹 실력을 과시하려는 시도 정도에 그쳤는데 요즘은 ‘랜섬웨어’처럼 돈을 노린 위협이 많아 해커들의 실행력이 더욱 강해졌다.


A. 최근엔 자율주행 자동차의 각종 센서를 타깃으로 공격하는 AME(Adversarial Machine Learning)라는 공격기법이 나타났다. 이는 멀쩡한 이미지를 잘못 판독하게 만들어 기계학습에 오류를 발생시키는 공격 유형이다. 예를 들어, 좌회전 표지판을 우회전 표지판으로 잘못 인식하게 만드는 식이다. 자동차 자율주행에서 제일 중요한 카메라인식 기술을 역이용한 공격이다. 이런 공격 외에도 1000원숍에서 파는 물건들만으로 차량을 오작동 시킬 수도 있다. 1000원짜리 커다란 거울로 뒤에서 접근하는 차를 거꾸로 비추면 자율주행차가 앞에서 차가 다가오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고, 강력한 LED 플래쉬 불빛으로 자동차 센서를 공격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공격자들 사이에선 ‘다이소 공격’이라고 불린다. 싸구려 기술로도 첨단 기술을 공격할 수 있는 것이다. IT기술, 보안기술이 발전할 수록 로우(low)테크 공격으로 하이(high)테크의 산물이 위협에 빠질 수 있고, 막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A.보안전문가가 되려는 사람들이 해킹 방어 훈련을 할 수 있는 영역이 별로 없다. 해킹을 해봤다는 건 사실 범법을 저질렀다는 거니까. 하지만 실전 경험을 갖춘 해커가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때문에 열리는 해킹방어대회의 경우 게임 형태로 진행된다. 해킹도 일종의 심리전, 수 싸움이기도 하고, 전략도 치밀하게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을 통해 해킹과 관련한 기법들을 이해하고 또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해킹 방어 교육 프로그램을 게임 형태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A. 핵심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이다. 게임 유저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하는지, 아니면 사람이 아닌 게임봇이 사람 대신 플레이하는지 구분하는 데 꼭 필요한 기술이다. 로그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기계와 사람이 하는 플레이엔 반드시 차이가 있다. 하지만 해커는 또다른 빈틈을 찾아낸다. 기존 방어를 무력화시키는 새 게임봇이 출현하고 게임회사는 또다시 이를 막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사람 대신 게임을 해주는 게임봇은 AI의 발전사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에 게임쪽 보안기술들은 빅데이터 처리 기술, AI∙기계학습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다른 분야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A. 게임은 높은 사양의 그래픽 성능과 컴퓨팅 파워가 중요하다. PC산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셈이다. 실제로 PC 교체 이유 중 30%이상이 신작 게임이 요구하는 그래픽, 메모리, CPU(중앙처리장치) 사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대작 게임이 출시되는 즈음엔 PC교체 수요가 많다. CPU를 만드는 인텔이나 그래픽카드를 만드는 엔비디아도 게임을 통해 자사 제품의 성능을 측정하고 초당 얼마나 많은 연산량 또는 몇 프레임을 처리할 수 있는지를 홍보한다. 대량으로 접속하는 MMORPG 게임은 현실과 아주 비슷하다. 19년 간 유지되고 있는 <리니지> 같은 게임 안의 가상경제를 연구하는 분들도 있다. 난 ‘종말이 오면 사람은 어떻게 변할까?’란 주제를 게임 <아키에이지>를 통해 연구해봤다. <파이널판타지>라는 게임이 서버를 닫기로 한 일이 있는데 마지막 날 유저들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걸 보고 영감을 받았다. 한달 간 이어진 베타 테스트의 기록이 모두 삭제되는 상황, 즉 가상세계에서의 종말을 앞둔 마지막 주에 유저들의 행태가 어떻게 바뀌는 지 분석했다. 플레이를 아무렇게나 하거나, 만든 집과 아이템을 부수거나, 반사회적인 행동이 늘어날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정반대였다. 오히려 대화량이 증가하고 감성분석 결과 긍정적인 언어를 더 많이 쓰더라. 물론 돌변하는 유저도 있었지만 이들은 가상세계에서도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경우였다. 이처럼 게임은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데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interview

온라인 게임은
‘유저’들의
일일연속극

NCSOFT에서 하루 생성되는 데이터는 2~3TB(테라바이트)에 달한다. 1TB는 HD급 화질의 영화 약 500편에 해당하는 분량. 지난해 국내 개봉한 영화가 1520편이니, NCSOFT가 매일 축적하는 데이터 양은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전체와 맞먹는다. 이같은 대규모 데이터를 통해 NCSOFT는 게임 내 유저들의 행동과 경제 활동의 패턴을 분석하며 게임 세계의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


A. 게임 데이터는 현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유저들의 이용 패턴 등 게임에 대한 반응을 살피는 건 기본이다. 게임은 현실세계를 모방한 가상의 세계다. 때문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경우는 그 사람이 쓴 글과 팔로워의 성향을 분석하는 데 그치지만 게임의 데이터는 유저들이 하는 다양한 행동을 살펴볼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끼리 최저임금, 실업률, 성장률과 관련한 정책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건 모든 사람이나 조직의 활동을 정확히 분석할 수 없어서 서로 다른 추정을 하기 때문 아닌가. 수십만의 유저들로부터 얻은 게임 데이터에서 발굴한 인사이트를 현실에 적용할 수 있다면 시장 메커니즘을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 유저들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관련 부서와 협업하는 식이다. 개발팀이나 사업팀이 먼저 데이터분석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유형의 유저들이 존재하는데, 클러스터링(유저들의 비슷한 행태를 묶어 유형을 나누는 방식)을 통해 유저를 적절히 세분화해 분석한다. 회귀분석(인과 관계를 조사하는 통계 기법)을 이용해 이탈이 예상되는 유저들을 예측하고 이탈 원인을 분석하기도 한다. 활동이 뜸한 길드(온라인 게임상에서 만들어진 유저들의 모임)는 유저 이탈률이 확실히 높다. 또 길드를 자주 옮기거나 다른 유저와의 소통이 적은 유저들도 게임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사는 사회와 행동 패턴이 아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외에 일반 직원들도 데이터분석 교육을 받고 업무에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면 좋을 지 판단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A. 매일 게임 로그데이터가 평균 2~3 테라바이트(TB) 정도 생긴다. 로그데이터는 유저의 로그인부터 로그아웃까지의 모든 정보를 기록한 파일을 말한다.


A. 패키지 게임이 영화라면 온라인 게임은 일일 연속극이다. 짜여진 틀이 아니라 시청자의 반응이나 시청률에 따라 인물과 사건의 개요가 바뀌기도 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유저들의 니즈(요구)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게 정교해지면 유저의 개별 특징에 맞게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특정 캐릭터와 게임 유저가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초보자인지 숙련자인지에 따라 캐릭터의 실력을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A. 평범한 사람이 비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곳이다. 2007년 NCSOFT에 입사하기 전에는 중소기업에서 네트워크 분석업무를 했다. 데이터마이닝에 흥미가 있었지만 그럴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당시 NCSOFT에서 웹 플랫폼 개발 조직을 만들고 검색 서비스 인력을 모집했는데 괜찮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데이터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고민하는 회사에서 지금까지도 재미난 일을 하고 있다.

현실 세계의 축소판 ‘게임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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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저들의 활동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 사냥 프로그램(게임봇)을 일반 사람 플레이어와 구분해내는 기계학습 모델. 이 알고리즘은 특허로 출원됐고, 글로벌 보안 컨퍼런스에서도 소개.

‘곧 게임 그만 둘 사람’ 예측

‘이런 행동을 보이는 유저들이 곧 게임을 그만두더라’는 행동 패턴을 분석해 이탈 가능성이 높은 유저들을 예측하는 기계학습 모델. 이탈이 예상되는 유저를 위한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 쇼핑몰 방문이 뜸한 사용자에게 할인 쿠폰을 보내 탈퇴를 방지하는 요즘 ‘데이터 마케팅’과 비슷.

NCSOFT CREATURES

리니지
신일숙 작가의 동명만화가 원작. 1998년 9월에 서비스를 시작해 한국 MMORPG를 대표하는 게임이 됐다. 게임ㆍ영화 등 국내 문화 콘텐츠 상품 중 처음으로 2016년에는 누적 매출 3조원을 돌파했다.
리니지2
기존 리니지의 장점과 세계관을 수용해 3년동안 120여명의 개발자가 투입돼 2003년 출시된 3D 온라인게임으로 NCSOFT에 제2의 전성기를 안겨다 준 작품.
아이온
높은 완성도와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차세대 ‘완성형 글로벌 MMORPG’를 목표로 추진된 작품. 2008년 11월 11일 새벽 6시에 출시했음에도 7시간 만에 동시 접속자 10만 명을 기록했고 4일 만에 동시접속자 20만 명을 넘기며 NCSOFT 창사 최고의 실적을 안겨주었다.
블레이드&소울
2012년 게임 출시 이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영화 한편 분량(1시간 30분)에 달하는 게임 속 시네마틱 영상(in-game 영상)과 100여 명의 성우가 참여한 800여 명 등장인물의 더빙 음성, 2만여 개의 생생한 효과음, 1,000벌 이상의 의상도 스토리와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기술,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알파고, 화성이주를 목표로 한 우주로켓, 인간처럼 걷고 뛰는 보행로봇… ‘세상을 바꿀 혁신적인 기술’들이 쉴새 없이 쏟아진다. 하지만 기술 개발의 목적은 기술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기술은 인간이 더 나은 삶,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3D프린팅은 고가이던 장애인용 의수∙의족을 더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냈다. 손떨림 때문에 혼자 밥을 먹을 수 없는 파킨슨병∙근육병 환자들도 손떨림을 보정해주는 스마트숟가락으로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있다. 맑은 물이 귀한 저개발국가 사람들은 휴대용 정수 빨대 하나로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다. 자율주행기술 이상으로 누군가의 삶엔 더 큰 변화와 즐거움을 주는 ‘착한 기술’들이다.

NCSOFT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들의 마음을 세상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뇌성마비∙지적장애∙언어장애 등으로 의사 표현이 쉽지 않은 장애인들이 가족∙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무료 앱 ‘나의 AAC’다. 장애아동이 스마트폰에서 그림을 터치하면 “물 먹고 싶어요”, “지금 정말 화가 나요” 같은 음성과 문자가 나온다. 이전에도 비슷한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기기는 있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대다수 장애인들이 사용할 엄두를 못 냈었다.

‘나의 AAC’를 개발한 NCSOFT문화재단은 이 외에도 스페셜올림픽에 출전한 장애인 선수단을 미디어 파트너로서 지원하고 있다. 또 게임언어와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1300쪽짜리 국내 최초의 ‘게임사전’, 누구나 쉽게 이야기를 창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스토리헬퍼’ 등도 ‘더 많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한 기술’을 추구하는 NCSOFT의 DNA가 녹아 있는 작업들이다.

interview

‘착한 기술’의 힘


A. NCSOFT가 창립 15주년을 맞은 2012년 생겼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사회적 책임활동을 하기 위해 만들었다. 게임산업협회에서 일하던 나는 2014년 재단에 합류했다. 우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사회의 질적 도약을 위한 가치 창출을 목표로 진정성 있고 체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A. NCSOFT니까 (다른 기업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게 뭘까, 기술이다. NCSOFT의 기술, 특히 소프트웨어를 활용해서 공헌할 방법을 많이 고민한다. 소프트웨어로 개발하면 꼭 필요한 부분에 비용을 집중할 수 있고, 오픈마켓을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보급할 수 있어 큰 장점이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필요한 사람 누구나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의 기술을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사회에 공헌할 수 있다.


A. 우리 기술의 키워드는 아동과 가족이다. 기존 기업들의 사회공헌을 검토해보니, 재난사고를 당한 이웃에 대한 지원이나 임직원 참여 김치담그기 봉사 같은 활동들은 이미 많더라. 이런 사업들도 의미 있고 뜻 깊은 일이다. 다만, 재단이 지속성과 체계성을 추구하다 보니 단발성 지원에 그치기 쉬운 방식은 지양하게 됐다. 아동과 가족을 키워드로 사각지대를 찾아보게 되었고, 특히 장애를 가진 아동을 지원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A. AAC는 보완대체의사소통(Augmentative and Alternative Communication)이란 뜻인데, 말과 언어표현 및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원활히 의사를 표현 할 수 있도록 그림이나 구어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의사소통 방법이다. 그림과 음성으로 미국에선 30여 년 전에 이미 AAC가 학술적으로 체계화됐고 장애인 가족들이 사용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관련 학회가 2014년에야 생겼다. 정부 지원사업 형태로 판매되는 보조공학기기는 있었지만, 비싸서 장애인 가족들이 구비하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장애 특수학교에도 이런 기기가 한두 대 있을까 말까다. 국내 AAC 관련 시장(2013년 5억원)은 크지 않다. 수요도 적고 공급도 적다 보니 기업 간 시장경쟁이 일어나기 어려워 자연스럽게 선순환 되기 어려운 구조다.


A. 시중에 비장애아동을 위한 한글 학습 소프트웨어는 차고 넘치는데, 장애아동을 위한 서비스는 거의 없다. 장애아동 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반복’ 기능을 넣어줘야 한다거나 앱 내 버튼이나 글씨, 그림의 크기를 더 키우면 좋겠다는 아주 사소한 부분이다. 하지만 이런 게 시장에서는 안 나온다. 시장성이 문제다. 소통이 막히면 장애아동도 부모도 진이 빠지고, 장애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주변과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가야 하게 된다. 장애아동의 의사소통을 돕는 것은 인간이 누려야 할 의사소통의 기본적 권리를 지원하는 것이다. ‘나의 AAC’는 현재까지 누적 3만5000다운로드 정도 기록했다. 꾸준히 업데이트 중이다.


A. 재단에서는 ‘나의 AAC 시리즈’ 외에도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만들어 왔다. 소아암 어린이와 부모들이 투병 일기를 쓰고 치료방법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소프트웨어 ‘소아암일기’(2012년)나 인지 장애를 가진 18~36개월 유아의 인지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게임(인지니, 2015년) 등이다. ‘나의 AAC’도 그 연장선에 있다. 현재는 특수학교 학생들이 한국어 어휘를 공부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고민 중이다. 특수학교 교실에선 학생들의 장애 정도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 개인에 맞춰 교육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집과 치료실,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학습도구를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어휘 교육 자료가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어휘는 다른 교과 공부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해야 할 도구적 학습이다. 한국어를 알아야 한국어 책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국립 특수교육원은 국내 최초로 특수학교 교과서의 학년∙교과별 필수 어휘를 정리한 연구를 진행했다. 재단은 이를 활용하고 전문가들과 협업할 계획이다.


A. ‘스토리헬퍼’는 누구나 쉽게 스토리를 창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다. 스토리헬퍼가 제시하는 일련의 질문(장르∙캐릭터 등)에 답하면, 구상 중인 스토리 설정에 가장 유사한 영화를 스토리헬퍼가 추천해 준다. 창작자의 머릿속에 이미지로만 맴돌던 창작 아이디어를 구체화 해주는, 창작의 시작을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다. 이야기 저작 활동의 저변을 넓히자는 취지로 무료 서비스 되고 있다. NCSOFT가 2000년대 후반 했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스프링노트’의 원천기술이 여기에 적용됐다.


A. 게임을 안하는 사람들도 ‘득템’, ‘레벨 업’ 같은 게임 용어를 자연스럽게 쓸 만큼, 게임언어가 일상언어로 자리를 잡고 있는데 게임언어의 언어적·사전적 정의는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미국에 게임개발자를 위한 사전(<The Game Developer’s Dictionary>)이 있는 정도다. 살아있는 언어를 항상 ‘네이버 지식인’에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게임이 더 이상 하위 문화가 아니라, 주류 문화로 우리 생활 속에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게임사전>을 통해 알리고 싶었다. 표제어를 자유공모 했는데, 8839개의 추천이 들어왔고 실제로 50여개가 사전에 반영됐다. 첫해엔 출판시장의 상황도 알고 싶었고, 상징적 소장 가치가 있는 책으로 만들었다. 이후 개정판은 ‘디지털 사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만약 우리나라에
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알고,
인정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하나 있을 수 있다면
바로 우리 NCSOFT라고,
우리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택진 NCSOFT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