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수많은 전문가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특히 깊이있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게임에서는 ‘시네마틱 영상’(Cinematic Video)과 ‘컷신’(Cut-Scene) 제작진의 역할이 크다. ‘시네마틱 영상’은 영화의 트레일러(예고편)가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과 관람 욕구를 자극하듯, 게임 유저들의 몰입감을 더 하고 게임의 스토리와 캐릭터들의 감정을 영화처럼 보여주는 영상이다. 게임 내에 삽입되는 ‘컷신’도 캐릭터들의 화려한 액션과 감정을 표현하며 즐거움을 더한다. NCSOFT는 2012년 동양적인 세계관을 담은 액션 무협 게임인 <블레이드&소울>을 준비하면서 테크시네마팀을 만들었다.
A. 영상에 필요한 스토리보드를 짜는 일을 한다. 지난 6월 <블레이드&소울>의 새로운 직업으로 업데이트된 ‘격사’의 홍보 영상도 우리가 만들었다. 유저들에게 해당 게임에 대한 소개와 사전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A. 2008년 미국 시애틀에서 미대(The Art Institute of Seattle)를 졸업하고 NCSOFT 자회사인 아레나넷(ArenaNet)에 취업했다. 아레나넷은 MMORPG <길드워> 시리즈를 개발한 회사다. 3D(3차원) 캐릭터 아티스트로서 실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원화가들이 2D(2차원 평면)로 콘셉트를 만들면 내가 3D로 해석해 완성하는 작업이었다.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이다. 3년 정도 3D캐릭터 아티스트를 하다 2011년 한국에 왔다.
A. (디자인을 통해)‘살아있는 듯한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테크시네마팀에서 영상을 만들 때도 겉모습만 사람처럼 생긴 ‘마네킹’은 안 만들려고 노력한다. (게임 유저들과)감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A. 3D 캐릭터 모델링에선 2D 상태인 원화의 매력을 3D로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다. 미국에서 작업했던 <길드워2> 프로젝트에선 원화를 그저 완벽하게 구현하기보다는 재해석을 통해 더 나은 캐릭터를 찾아가는 작업이 중요했다. 물론, 중점을 두는 부분은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결과물이 그 게임의 스타일과 기획 의도에 어울리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A. 내 생각이 비주얼(시각적으로)로 나오는 과정에 대한 환희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NCSOFT 사옥만 그릴 때의 쾌감보다는 그 사옥 위에 엄청나게 큰 진서연(<블레이드&소울>의 캐릭터)이 앉아있다든가, 서울 동호대교에서 게임 <아이온>의 캐릭터들이 싸우는 장면을 그리는 게 재밌다. 상상을 비주얼로 표현하는 것, 그 쾌감이 있다.
그림의 가치는 ‘감성’에 있다. (게임 유저들과 게임 내 캐릭터가)연결돼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힘이다. 언덕 위에 어떤 아저씨를 그린 그림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거기에 재미가 없으면 팔리지 않을 거다. 그 아저씨의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그림에는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하고 감성이 있어야한다. 보는 사람의 감정과 닿게 그리는 것, 내가 생각한대로 (이런 감정이) 잘 표현됐을 때 정말 기쁘다.
A.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누드 크로키, 라이프 드로잉(Life drawing)을 한다. 사내 드로잉 동호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누드 크로키는 게임 아트든 건축이든 기본 중의 기본이다. 인체엔 디자인의 비율 등 모든 것이 다 있다. 누드 크로키는 인체를 표현하고 역동성을 표현하는 일이다. 또 매일 30분씩 스피드 페인팅 연습을 한다. 스토리가 담겨야 하고 재미가 있으며 감성이 있어야 하는 그림을 중심으로 빠르게 그리는 연습을 매일 한다. 감정 표현 연습이 많이 된다. 픽사(Pixar)나 디즈니(Disney)의 애니메이션도 공부하는 마음으로 본다. 게임도 어차피 상업 예술이다. 대중이 좋아해야 한다. 소수보다는 대중, 매스(Mass)가 좋아해야 한다.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재밌고 좋다.
A. 게임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것은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다. 팀워크(Team Work)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게임 아티스트는 기획의도에 잘 맞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니까. 특히, 프로그래머(개발자), 기획자 등과의 협업이 제일 중요하다.
우린 아트라기보다 게임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란 걸 잊으면 안 된다. 일할 땐 나만의 아트관(觀)을 펼치고 예술을 하겠다라는 생각을 피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데 집중한다면 아무리 훌륭한 게임 아티스트라도 게임 작업에선 배제될 수 있다. 협업과 소통, 좋은 게임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내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을 만들겠다는 마음 말이다.
A. 스포츠, 특히 야구를 좋아한다. NCSOFT가 창단한 NC 다이노스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어릴 때부터 응원했던 팀을 배신할 수는 없더라. 미국에선 미식 축구를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 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스포츠는 인생의 활력소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그림만 계속 그리면 지겹더라. 남성성을 표출하고도 싶고. 스포츠는 내 인생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A. 사람들을 울릴 수 있는, 또 그만큼 웃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